(시인 동봉철) 테라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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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그 경기를 바라보며
107만 원의 잔고는 내 손에 있었고,
105만 원을 베팅했다.
"2점차 이상, LA 다저스 승."
그 한 줄의 희망, 내 모든 것을 걸었네.
4-0으로 앞서가던 다저스,
내 마음도 평온했지만,
점점 불안이 찾아오고
6-3, 6-5.
"테라핀!"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심장이 떨린다.
그러나 다저스는 다시 4점을 더했고,
10-5, 잠시 안도했지만,
8회말, 샌프란시스코가 4점을 추가하며
10-9.
"테라핀…"
그 불안은 점점 깊어지고,
눈앞의 경기는 나를 삼키려 했다.
끝내기 안타, 이정후의 마지막 타구.
10-11, 샌프란시스코의 승리.
모든 돈을 잃었다.
절망, 그 깊은 구덩이 속에서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라면 한 봉지를 삶는다.
"테라핀,"
이게 내 인생의 끝인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길,
한 발 한 발 나아가지만
그 길은 허망하게 막히고
갈림길 속에서 멈춰 선다.
내 마음속에서는 단지
텅 빈 계좌와 차가운 라면만이 남았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사의 기로에 선 나는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