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연지곤지 찍고 나는 오늘도.. (부제: 사랑을 놓치다)

연지곤지 찍고,
어여쁜 신부가 내 앞에 서 있을 때,
그 순간, 나는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엔
계속해서 도박의 그림자가 떠오르고 있다.
결혼식장에서 꽃을 들고
사랑을 맹세하며,
그 순간조차도 내 속에서는
도파민이 쩔어버려
도박에 대한 갈망이 내 안을 잠식한다.
연지곤지 찍고,
너와 함께 여행을 떠날 때도,
내 머릿속은 이미 경기 결과와
배팅에 집중하고 있다.
너와 손을 잡고, 바람을 느끼지만,
내 마음은 다시 또 도박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책을 읽을 때도,
너와 함께 웃을 때도,
심지어 꿈을 꿀 때조차도
도박이 내 삶을 지배한다.
그저 눈앞에 있는 사랑조차
내 안에 가득한 허기와 불안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
연지곤지 찍고,
너와의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은 또 다시
배팅과 결과를 생각하며,
매번 이렇게 나를 놓치고 있다.
사랑도, 꿈도, 행복도,
모두 내 손에서 흐르고,
도박에 빠져버린 나는
결국 사랑을 버리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연지곤지 찍고,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 사랑을 되돌릴 수 없는
도박의 늪 속에서,
나는 그저 미쳐가며
끝내 사랑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