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배달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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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비 오는 밤, 출출한 마음에
손가락이 화면을 헤매었음.
따뜻한 국물, 바삭한 치킨,
고민 끝에 '주문하기'를 눌렀음.
누군가는 엔진을 걸었고,
누군가는 빗속을 달렸음.
익숙한 골목을 스쳐 지나
누군가의 허기를 채우러 감.
"배달 왔습니다."
문 앞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바쁜 발걸음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음.
우리는 편히 먹었고,
그들은 쉼 없이 달렸음.
누군가의 허기가 채워지는 동안
누군가는 또 다른 허기로 떠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