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건국전쟁과 출석체크

건국전쟁
불타는 대지 위에서
깃발은 찢기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는다.
울부짖는 말발굽 아래
사람들은 길을 잃고, 역사는 붉게 새겨진다.
칼날이 정의를 가르고
피로 쓴 문장이 법이 된다.
그러나 어느 날,
전쟁이 멈추고 돌무더기 위에 새벽이 내린다.
그제야 누군가 묻는다.
이 땅은 누구의 것이었느냐고.
출석체크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이름 하나, 숫자 하나
조용히 불려 나간다.
창밖엔 계절이 바뀌건만
노트 위엔 같은 글자만 쌓여 간다.
손을 들면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이면 기록된다.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 있다고 해서
내가 정말 있는 것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