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제목: 야식

배는 고픈데 시간은 새벽,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어젯밤의 치킨뼈가 나를 비웃는다.
"또 왔냐?"
"그래, 왔다."
라면을 끓일까, 치킨을 시킬까,
아니면 그냥 자버릴까.
하지만 고민은 배를 더 고프게 할 뿐!
컵라면 뚜껑을 뜯자마자
손가락에 국물 튀고,
젓가락 들자마자
면이 튀어나와 얼굴을 후려친다.
그래도 한입 먹으면 세상이 평화롭다.
이 순간만큼은 다이어트도, 건강도 없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니—
거기엔 흐뭇하게 웃고 있는
기름진 내 얼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