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캄보디아의 밤

캄보디아의 밤
습한 어둠이 땅을 덮고
벌레 소리마저 멎은 시간.
창문도 없는 방 안,
숨소리만이 벽에 부딪힌다.
철문 너머 발소리가 스친다.
천천히, 천천히.
손에 쥔 것 없는 자들은
그 소리만으로도 부서진다.
비명이 새어 나가도
밤은 조용하다.
여기선 고통도 사라지고,
죽음도 흔적 없이 삼켜진다.
아침이 오면사람들은 묻는다.
"어제까지 있던 그 자식은?"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여긴 캄보디아의 밤.
무엇이 사라져도,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