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남남북녀

일본 조선학교,
그 좁은 교실에서 나는 너를 처음 봤다.
햇살 가득한 교실 창문 너머로
너의 웃음이 날아왔다.
우리는 다르게 자라났다.
너는 평양의 거리를 꿈꾸며,
나는 결국 한국으로 귀화하게 된 일본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두 세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우리는 서로의 손끝에서만 따뜻함을 느꼈다.
다만 너는 언제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평양에 가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그 말이 내게도 들려왔지만,
내 마음은 더 이상 너를 붙잡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너는 사라졌다.
끝내 말없이 떠난 그날,
평양행 기차는 멀리서만 떠나갔다.
계림숙,
네가 떠난 후 내 세상은 텅 비었다.
조국도, 사랑도, 기억도
어디에서 끝나고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그 자리에 남아,
조용히 일어날 수 없는 사랑을 품었다.
너의 이름은 이제
꿈처럼 내 가슴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남은 건,
두 세계의 간극 속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간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