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독사
한낮의 열기 속에
가늘게 몸을 웅크린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마저
뜨겁기만 한 계절이다
빛이 차오를수록
나는 더 깊이 숨어야 한다
누군가는 나를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나를 지워버리려 한다
허물은 벗어도, 벗어도
늘 같은 나일 뿐인데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나는 그저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비가 내리면 조용히 기어가고
해가 지면 고요히 숨죽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들의 발끝에 닿는다면
나는, 나는
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이라 해도
그렇게 사라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