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노가더

노가더
새벽이 오기 전,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킨다
쇠붙이처럼 굳은 손을 쥐고
이름 없는 거리로 나선다
누군가는 부른다, 노가더
누군가는 외면한다, 노가더
땀에 젖은 그림자들은
아침이 밝아도 닦이지 않는다
들어 올리고, 내려놓고
지워지고, 다시 쌓이고
하루가 무너진 자리 위에
또 다른 하루를 세운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해는 기울고 밤이 내리면
손마디에 스며든 피로가
길바닥 먼지처럼 가라앉는다
누군가의 집이 되고
누군가의 길이 될 것을 알면서도
내 몫의 자리엔
언제나 바람만 불어온다
노가더, 그렇게 살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진다면
누군가 기억해줄까
내가 지었던 저 벽돌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