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차장
출근카드를 찍으며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와 같은 자리, 같은 책상
커피 한 잔을 놓고
어제보다 덜 지친 척 앉는다
보고서를 넘기고, 숫자를 맞추고
윗사람의 기분을 살핀다
동차장, 오늘도 고생 많습니다
반쯤 비어있는 인사말이 스쳐간다
회의실에서는 상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책상 위 서류들은 늘어만 간다
퇴근시간은 숫자일 뿐
늘어지던 해는 어느새 지고 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동봉철 이름 석 자, 직함 하나
그게 내 모든 것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동차장, 오늘도 애썼습니다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서는 밤
내일도 같은 자리에서
덜 지친 척 앉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