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제목: 가을 동화

낙엽이 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말없이 손을 잡고
한 번 더 기억하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을은 언제나 짧았고
우리의 시간도 그랬다
붉게 물든 나뭇잎처럼
아름다웠지만 끝이 정해져 있었다
네 손을 놓으면 사라질까
네가 멀어지면 잊혀질까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 계절이 지나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바람이 불어와 머릿결을 스치고
너는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떨어지는 잎을 바라보았다
사랑했지만, 가야만 하는 길
머물고 싶었지만, 멈출 수 없는 시간
우리는 그저 가을의 한 페이지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