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피천득과 동봉철

동봉철은 피천득이다
동봉철은 바보다
그의 시는 너무 슬퍼서
웃으려던 사람들마저
눈물을 훔치게 만든다
그는 여자일지도 모른다
아니, 남자일지도 모른다
부유한 재벌일 수도
지독한 가난뱅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집을 본 적이 없다
매일 뉴스에 나오는 얼굴
그러나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그는 그저 동봉철이라 불릴 뿐
그러나 그의 시를 읽으면
그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언어는 빛처럼 스며들어
가슴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린다
누군가 속삭인다
"동봉철은 피천득이다"
그러나 피천득이 누구인가
그도 결국, 이름뿐인 사람 아니었나
그래서 동봉철은 오늘도 시를 쓴다
이름 없이, 얼굴 없이
그러나 그의 시는 남아
누군가의 눈물 속에서 살아간다
피천득이 아끼는 사람들.. 노가더.. 그문.. 칠점사.. 또2또7 기타 등등.. 그렇게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