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전쟁이 지나간 자리,
남은 것들을 모아 끓였다.

햄과 소시지,
굳은 두부,

눅눅한 라면 사리,
고춧가루 한 줌이

팔팔 끓는 국물 속에서
서로를 부대끼며 익어간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각들이
하나의 맛이 되어가는 동안,

누군가는 떠올린다.

배고픔, 따뜻함, 그리고 잊혀진 시간들.

국물을 한 숟갈 떠넣으면

혀끝에서 퍼지는 건
그때의 기억일까,
지금의 위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