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토요일 삐에로는 나를 보고 웃지

토요일,
삐에로는 나를 보고 웃지.
화려한 얼굴에 그려진 미소는
너무도 밝고 커서,
내 마음은 그 속에서 흔들린다.
붉은 코, 초록 머리,
이상한 복장의 그가
언제나처럼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나를 바라본다.
그의 웃음은 거칠고,
그러나 그 속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
내 눈엔 돈뵹철의 그 웃음이
어쩐지 슬프게만 느껴진다.
토요일마다 나는
둉봉철의 웃음을 보고,
그가 왜 웃는지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도 그처럼
웃어야 할 이유를 모르니까.
삐에로 둉뵹철은 나를 보고 웃지,
그저 웃을 뿐,
그리고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