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의 반추) Deer Hunter

저는 한때 사슴 사냥꾼이었습니다.
사슴을 사냥꾼, 동봉철
일본의 산맥은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늘 바쁘게 움직였다.
사슴을 찾아 떠나는 새벽, 산 안개는 내 얼굴을 스치고,
젖은 낙엽은 내 발소리를 삼켰다.
사슴을 포착하는 순간,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활을 당길 때의 긴장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사냥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온종일 추적해도 허탕을 쳤고,
또 어떤 날은 내 손을 떠난 화살이 빗나가
눈앞에서 사슴이 숲 속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잡은 사슴을 손질하며 나는 생각했다.
그들이 나에게 준 것은 단순한 고기가 아니었다.
산을 누비며 얻은 생존의 지혜,
고된 하루 끝에 마시는 뜨거운 사케 한 잔의 값어치를 깨닫게 해 준 것.
때론 사슴의 눈을 마주하면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 맑고 깊은 눈동자 속에서
나는 자연의 순리를, 삶과 죽음의 흐름을 보았다.
번 돈을 쥐고 시장으로 향할 때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슴 한 마리의 무게는, 단순한 가격표로 매길 수 없는 것이었다.
일본의 산과 함께한 나날들,
그곳에서 나는 살아 있었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