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 삿포로에서 마키코와의 첫 만남

첫 만남
홋카이도의 겨울은 길고도 깊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거리를 지나,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찾아 작은 카페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맑은 종소리가 울렸고, 그와 함께 익숙한 원두 향이 코끝을 스쳤다.
안쪽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자, 서빙을 보던 여학생이 다가왔다.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채였다. 그녀의 명찰엔 ‘마키코’라고 적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주문하시겠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맑았다. 나는 잠시 메뉴를 훑어보다가 따뜻한 블렌드 커피를 주문했다.
마키코는 살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익숙한 손길로 커피를 내렸다.
그녀가 내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을 때, 손끝이 살짝 닿았다. 나는 무심코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도 눈을 마주쳤다.
순간, 창밖으로 흩날리던 눈송이가 유독 선명해 보였다.
그날, 나는 커피보다 따뜻한 무언가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