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그녀와의 네번째 만남, 데이트 약속을 잡다

네 번째 만남
그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익숙했지만, 창밖으로 쏟아지는 하얀 눈을 보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종소리가 울렸고, 따뜻한 커피 향과 함께 마키코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나는 코트를 털며 자리로 향했다. 그녀는 어느새 내 앞에 따뜻한 커피를 내려놓았다.
“오늘도 추천 메뉴야?”
“아니요, 그냥 블렌드로 했어요. 오늘은 이게 더 어울릴 것 같아서요.”
그녀의 말에 나는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듯했다.
“마키코, 너는 여기서 아르바이트만 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커피잔을 닦던 손을 멈췄다.
“음… 학교도 다니고, 가끔은 친구들이랑 놀기도 하고. 왜요?”
나는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흩날리는 눈이 마치 다른 세상과 이곳을 가로막는 듯했다.
“그냥, 너랑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어서.”
마키코는 순간 말을 잃은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살짝 웃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커피 말고 다른 곳에서도 만나볼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언제가 좋아?”
마키코는 살짝 고민하더니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 스스키노에 가볼래요? 야경이 예뻐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럼 토요일, 스스키노에서.”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