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홋카이도 시의 추방명령을 받은 돈봉철, 마키코와 사랑의 갈림길

일본에서의 갈림길
돈봉철은 우편물을 받았을 때, 손끝이 떨렸다. 우편봉투는 평범한 것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통지서였다. 등기봉투를 열고 그 안에 있는 서류를 읽던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귀화 신청을 하지 않으면 일본에서 더 이상 거주할 수 없다."
서류는 간단명료했다.
그는 일본에 온 지 이미 몇 년이었지만, 북조선 여권을 가진 그는 일본 정부에서 요구하는 법적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일본 국적을 얻거나,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다.
그의 마음 속에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단순히 일본에 대한 욕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한 편안함과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깊은 존경을 품고 있었던 인물은 다름 아닌 김일성 수령님이었다.
"수령님은 우리 민족을 위해 무엇이든 하셨고, 내가 할 일은 그 길을 따르는 것."
그의 머릿속에서는 김일성 수령님의 혁명 정신과 그가 항상 강조했던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일본에서의 삶은 편안하고, 일본 국적을 얻는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는 그 결정이 너무나도 큰 배신처럼 느껴졌다.
'귀화는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내가 지닌 충심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지?'
돈봉철은 결국 일본 국적을 얻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일본에서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얼마나 뒤흔들었는지, 그가 선택할 길은 무엇인지.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을 떠나, 자신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북조선으로의 귀환은 그에게 새로운 의미를 지닌 도전이었고, 그 선택은 어떤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뿌리와 충심을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
“나는 일본인이 될 수 없다. 내 뿌리는 이곳에 있지 않다.”
그는 마음속 깊이 결심을 다지며, 일본을 떠날 준비를 했다. 물론, 그가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떤 형태일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 선택은 이미 그의 가슴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