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마지막 편) 돈봉철, 그후의 이야기

그 후의 이야기
시간이 지나고, 돈봉철은 일본을 떠나야 할 순간이 점점 다가왔다.
마키코와의 마지막 만남 이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 그녀를 잊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 보낸 그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고, 그 차가운 이별의 순간이 자주 그를 괴롭혔다.
마키코가 떠나기 전, 자신에게 던졌던 말들이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았다.
"너와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 더러운 피가 흐르는 사람은, 내게 너무나도 멀어."
그런데 어느 날, 돈봉철은 우연히 마키코의 소식을 들었다. 일본에 남아 있던 지인이 그에게 전해준 이야기였다.
"마키코 씨, 요즘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나?"
돈봉철은 지인의 말에 잠시 놀랐다. "마키코? 그녀가 무슨 일로?"
지인은 마키코가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마키코는 그 날 이후로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됸뵹철 그가 떠난 후에는 아무런 남자도 사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차가운 말 속에 담겨 있던 진심을 이해한 됸봉철은, 오히려 마키코가 돈봉철을 더 아끼고 걱정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가 상처받을까 봐, 그를 떠나보낼 때 너무 매정하게 말했던 것이었다.
"마키코는 네가 상심할까 봐 일부러 더 차갑게 말했던 거야. 그녀도 마음속으로 너를 놓지 못했거든."
돈봉철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마키코에게 받은 상처가 아픔만 남기고 있었다면, 사실은 마키코 역시 그를 잊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마키코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남자와의 결혼이 그리 큰 사랑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마키코는 그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그녀는 그 이름을 "가네코 봉철"이라고 지었다. 마키코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이름을 지을 때마다 자신이 여전히 돈봉철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봉철…"
마키코는 매일 아들을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음 속에서 또 한 번 돈봉철을 떠올렸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봉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그가 떠나기 전의 따뜻한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봉철은 또 다른 지인을 통해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마키코가 아들의 이름을 자신과 똑같이 지었다는 이야기를. 그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키코가 결코 자신을 완전히 잊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마키코를 떠나고 나서, 그녀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야 알게 된 사실들이 그의 마음에 아련하게 스며들었다. 그간 자신이 느낀 상처가 마키코에게도 있었던 것처럼, 그들의 인연은 그런 슬픔과 아픔 속에서 이어져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키코, 너도 나를 잊지 못했구나…”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마키코에 대한 애틋함이 남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있던 아픈 기억들과 그리움이, 결국 그를 다시 한번 마키코에게로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