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크게먹는사람

크게 먹는 사람
세상이 좁고, 배는 넓어
크게 먹는 사람이 있다.
한입 가득 채우며
세상의 맛을 온전히 담아내려 한다.
그의 입속에서
자연은 한 조각씩 말라가고,
이웃은 점점 작은 존재가 되어
굶주림과 배부름 사이에서
불평 없이 길을 잃는다.
크게 먹는 사람,
그의 손끝엔 힘이 느껴지지만,
그 속은 결국 비어 있음을 안다.
넉넉하게 먹고,
넉넉하게 주지 않으면
빈자리가 차오를 리 없음을.
그가 한참을 먹고 나면,
그 자리는 허전하고,
빈 그릇만이 떠올라
내일을 기다리는 자신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