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뵹철) 일요일 2시, 햇살은 따갑지만 너는 오지 않고

창문을 두드리는 햇빛이
바닥 위로 긴 그림자를 긋는다.
약속된 시간은 지나고
커피잔 속 얼음이
조용히 녹아내린다.
너는 오지 않는다.
전화기도 침묵한 채
테이블 위에서 가볍게 흔들릴 뿐,
문 앞을 스치는 발소리는
어느 것 하나 너의 것이 아니다.
한 번쯤은 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던 순간들이
모두 헛된 기대였음을 깨닫는다.
커튼을 걷어 올리면
창밖 골목길이 멀리까지 보인다.
햇살이 반짝이는 보도블록 위로
오가는 사람들이 흐르고,
그들 사이에도 너는 없다.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너를 기다리던 손끝이
어느새 한낮의 더위 속에
천천히 식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