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삼겹살

삼겹살
불판 위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삼겹살 한 조각,
그 속에 담긴 시간의 흔적들.
기름이 지글거리며 흘러내릴 때
나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고소했던 냄새도,
조금씩 타들어가며
그 맛은 시들어가고.
겉은 바삭, 속은 여전히 묵직하게
그리운 기억을 삼키고 있다.
쭈욱 늘어지는 고기 기름,
마른 입술을 적시며
한 조각, 두 조각,
자꾸만 십혀오는 무게.
그럼에도 끝내 삼켜내야만 하는
이 슬픈 의무가 있다.
따뜻한 밥 위에 올려진 삼겹살,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 줄기 아련한 그리움.
세상의 모든 짠 맛은
이 고기 안에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언제쯤, 그저 고소하게
기억을 풀어낼 수 있을까.
삼겹살이 다 식어가며,
나는 또 한 번
그 슬픈 시간을 곱십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