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치즈

치즈
긴 시간이 만든 것,
우유 한 방울에 깃든 기다림의 맛.
어느 것은 부드럽게 녹아
혀끝에서 속삭이고,
어느 것은 단단하게 굳어
칼날을 타고 조각난다.
푸른 곰팡이의 숨결을 품은 것,
짭조름한 바람을 머금은 것,
밤의 어둠 속에서 깊어지는 것,
햇살을 머금고 노랗게 빛나는 것.
포도주와 만나면 더욱 향긋해지고,
고소한 빵 위에 올려지면 더욱 따뜻해진다.
허기진 입안에 들어가면 풍요로워지고,
느린 대화 속에서 천천히 녹아든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맛,
짧은 순간 혀끝에서 사라지는 기쁨.
치즈 한 조각에 담긴 시간의 향기,
입안 가득 퍼지는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