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밤의 성

밤의 성
어둠 속에 세운 성,
빛 하나 없이 고요히 서 있다.
성벽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바람,
그 안에 숨겨진 고요함이
모든 것을 삼킨다.
별빛도 지나가며
그 벽을 스치고,
달의 그림자만이
조용히 성 안을 감돌며
한 줄기 빛을 던진다.
밤의 성은 말없이
시간을 품고 있다.
여기서, 저기서,
숨겨진 이야기들이 속삭여진다.
그 무엇도 말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드러난다.
밤의 성,
그 안에는
살아가는 이들의 꿈과
잊혀진 자들의 기억이
고요히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