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북괴

북괴
검은 철책 너머로
가려진 얼굴들
낡은 깃발 아래
주름진 손들이 떨린다
침묵은 오래되었고
말들은 빛을 잃었으며
길을 잃은 발자국들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은 괴물이라 불렸고
우리는 철책을 세웠으며
서늘한 바람은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밤이 지나면
동틀 무렵
같은 해가 뜨고
같은 땅이 깨어난다
무너진 말들 속에서도
언젠가 다시 부를 이름이
새벽처럼 찾아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