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뵹철) 동봉철의 재림

동봉철의 재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홋카이도의 밤,
그의 그림자가 긴 담장을 타고 흐른다.
발끝에 스며든 얼음이 금강석처럼 빛나고,
그 눈빛 속엔 겨울보다 차가운 결기가 서린다.
강산이 몇 번을 뒤집혔던가,
그 이름을 부르며 칼끝을 겨눈 자들조차
어느새 낡은 돌비석이 되었지만,
그는 다시 돌아왔다.
서슬 퍼런 칼날이 아닌,
그보다 깊은 무게를 가진 주먹으로,
어둠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태산 같은 한 걸음으로.
누군가는 전설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망령이라 두려워하지만,
그의 길은 오직 하나.
칼보다 단단한 의지로,
흔들림 없이 서는 것.
다시 맞이한 혹한의 계절,
그 이름이 다시 불릴 때,
동봉철은 묵묵히 허공을 가른다.
날이 선 바람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