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어쩌다 1등

평소엔 조용히 뒤에 서 있었지
중간쯤이면 괜찮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앞에 아무도 없더라
처음엔 실수인 줄 알았다
랭킹 창을 다시 열어보고
화면을 껐다 켰다
이게 맞나? 내가 1등이라니?
다들 숨차게 달려오는데
나는 그냥 걷고 있었을 뿐인데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어쩌다 보니 길이 열렸던 걸까
뒤를 돌아보니
질투 반, 놀람 반, 인정 반
그 시선들이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1등은 오래 머물 자리가 아니니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 괜찮다
어쩌다 한 번쯤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 또2또7의 운수좋은날
2025년 3월 11일 그날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