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뵹철) 똥뙈지 추녀 장미란

뚱뚱한 장미의 당당한 하루
장미는 장미라 불리지만,
장미처럼 가녀린 줄기는커녕
둥그렇고 넉넉한 곡선을 지녔네.
이름만 들으면 바람에 흔들릴 듯하나,
그녀가 걷는 길은 오히려 땅이 흔들리지.
빵집 문을 밀면 자동문도 한 박자 뜸들이고,
의자는 그녀를 만나면 마음의 준비를 하네.
자판기 커피를 뽑으면
일반 모드 대신 진하게, 아주 진하게 뽑히고,
동전은 쏟아져 나와 장미의 품에 안기네.
골목을 지나면 바람이 따라 웃고,
아이들은 그녀의 그림자로 숨바꼭질하고,
비둘기들은 그녀의 발걸음을 피해
좀 더 멀리 날아가네.
그러나 장미는 장미라네.
얼굴엔 늘 꽃잎 같은 웃음이 피어나고,
말끝마다 꿀처럼 달콤한 농담이 흐르며,
그녀의 한마디면 세상도 한 박자 느긋해지네.
세상은 가끔 이름과 다르다고 수군대지만,
장미는 그저 활짝 피어 있을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