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봉철) 불금이라그런지

불금이라 그런지
불금이라 그런지
거리는 반짝이고 사람들은 들떠 있네.
술집 문이 열릴 때마다
웃음소리와 취기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누군가는 팔짱을 끼고
누군가는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가네.
택시는 잡히지 않고,
버스 정류장엔 사람들이 가득한데
정작 나를 기다리는 이는 없네.
휴대폰을 열어보면
단체 채팅방엔 "오늘 불금 ㄱ?"
"ㅇㅇ, 어디서 볼까"
나는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끄네.
맥주 캔을 하나 사서
편의점 앞에서 혼자 따네.
탄산이 휘발되는 소리만 유독 선명하고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이 터지는데
내 입가엔 아무것도 없네.
불금이라 그런지
세상은 더 밝고, 더 시끄러운데
나는 유독 어둡고, 더 조용하네.
길거리에 비친 네온사인은
홀로 걷는 내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나는 그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걷네.
불금이라 그런지
모두가 행복한 밤,
나는 더 외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