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봉철) 어좁이

거울 속 내 어깨는
누군가 가져간 듯 좁아져 있고,
옷걸이에 걸린 셔츠는
오늘도 남는 천이 많네.
헬스장에 가면
쇳덩이를 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팔뚝은 숨을 곳을 찾고,
운동 기구에 앉을 때마다
이게 나를 위한 자리인지 의심이 드네.
셔츠를 입으면 어깨선은 자꾸 내려가고,
백팩을 메면 가방이 더 커 보이네.
손을 뻗어 친구 어깨를 툭 치면
되려 내 손목이 흔들리네.
사람들 틈에 서 있으면
자꾸만 밀려나고,
러닝셔츠를 입으면
몸이 아니라 천이 더 도드라지네.
하지만,
나는 안다.
좁은 어깨에도
넓은 세상을 짊어질 수 있다는 걸.
작은 어깨에도
큰 꿈을 담을 수 있다는 걸.
그래도 가끔은
거울 속 어깨가
조금만 더 넓었으면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