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뵹철) 슬슬 배가 고프네요

슬슬 또 배가 고프네요
슬슬 또 배가 고프네요,
허전한 마음에 가득 찬 그리움.
어제의 따뜻함도,
오늘의 소소한 위로도,
이제는 입 속에서 사라져버리고.
그리운 맛, 그리운 온기,
식탁 위에서 놓친 기억들.
배는 고프지만,
마음은 더 허전하네요.
이 삶의 끊임없는 갈망 속에
또 하나의 작은 결핍이 찾아오고,
눈물은 떠나고,
슬픔만큼 커지는 빈자리가 남네요.
슬슬 또 배가 고프네요,
허기진 건 배만이 아니에요.
내 안에 비어가는 것은
음식보다 더 깊고, 더 오래가네요.
이제 나는,
슬슬 그리움도 배고픔도
같이 안고 살아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