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뵹철) 여독(旅毒), 여행 피로가 아닌 그건 여름독사..

여독(旅毒)
여독이 남았네
긴 여행 끝의 피로가 아니라
여름 독사의 이빨 자국으로 남았네
그때의 태양은 뜨겁고
풀잎은 유난히 푸르렀으며
그늘마저도 평화로웠지
그러나 발밑에서 번뜩이던
그 가느다란 혀를 보지 못했네
손을 뻗던 순간,
그 이빨은 지체 없이 내 살을 뚫었네
피는 천천히 식어가고
시선은 흐려졌으며
세상은 낯설게 기울었네
멀어지는 풍경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던 것 같은데
그 목소리도 결국 사라졌네
이제, 한참이 지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여독에 시달리네
몸이 아니라 마음에 남아버린
그 여름 독사의 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