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주말 오후, 고수부지에 연을 띄우다 <슬픔주의>

바람이 적당해 연을 띄우기 좋았네
하늘은 넓고, 구름은 천천히 흘렀네
가는 실을 손끝에 감고
조금씩, 조금씩,
연을 올려 보내며 생각했네
이렇게 가볍게 떠오를 수 있다면,
이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다면,
그날,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을까
연줄을 쥔 손이 떨리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너의 이름도 함께 날아가는 것 같네
하늘 끝에 닿을 듯 높이 오르던 연이
한순간 휘청이며 비틀거렸네
나는 필사적으로 줄을 잡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네
멀어지는 연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깨닫네
잡고 있던 것이 연인지,
너인지,
아니면 그날의 마지막 인사인지
주말 오후의 바람은 그대로인데
손에는 텅 빈 실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