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봉철) 불깡통휘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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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깡통휘발유
허름한 골목길 끝자락,
불타는 불빛,
휘발유 냄새가 희미하게 스며든다
그 옆, 쇠깡통 하나,
내 마음처럼 빈 채로 버려져 있다
어느 날,
그 휘발유는 불씨가 되어
모든 것을 태워버릴 줄 알았다
그럴 줄 알았다,
그 냄새 속에서 스며드는
슬픔의 불씨가 언제든지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가 움켜잡았던 것은
끝내 타지 않았고
그저 차갑게 식어간다
모든 불꽃은 사라졌고,
손끝에 남은 건,
그 뜨거웠던 기억의 흔적뿐
휘발유는 불이 붙지 않은 채
차가운 바람 속에
내 마음을 휘저으며
영원히 타지 못한 채 남아
이 골목길에 묻혀버린다
두만강의 계림숙, 너와 이별을 고할때
난 너를 평생동안 잊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3월 15일 오후 4:08 지금,
난 남한땅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호위호식하고 있다
모든 슬픔을 잊은채 이렇게 호호호 웃고 있네
결국 불깡통 휘발유는 타지 않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