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걷다 보면
머릿속엔 먼지가 쌓인다

사소한 걱정들, 지친 말투,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생각들이

가방 속 구겨진 종이처럼 쌓여 간다

그러나 밤이 오면

눈꺼풀 뒤에서 조용한 손길이 움직인다
엉킨 기억을 풀어 정리하고

무거운 감정을 가만히 털어낸다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면

뇌는 어제의 나를 지우고
내일의 나를 준비한다

흩어진 조각을 맞추듯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

꿈속에선 때로
사라진 얼굴을 만나고

이미 끝난 대화를 다시 나누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마음의 속삭임일지도

아침이 오면

어제보다 가벼운 머리,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또다시 하루를 걸어갈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밤,

잠을 꼭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