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벌써 8시

벌써 8시
창밖에 어둠이 내리고
벽시계는 무심하게 8시를 가리킨다
아직 해야 할 말이 남아 있는데
아직 잡아야 할 손이 남아 있는데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커피는 식었고
마주 앉은 얼굴엔 그림자가 졌다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키듯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가야 해."
그 말이 떨어지자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문이 열리고
찬 바람이 스며들었다
발걸음이 멀어질수록
가슴속 시계가 더 크게 울렸다
붙잡지 못한 말들,
다 하지 못한 표정들,
모두 8시의 바늘에 걸려
아득히 멀어져 갔다
벌써 8시,
너는 떠나고
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