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됸봉철) 점심식사

홀로 앉은 식탁 위
미지근한 국물 한 모금 삼킨다
젓가락 끝에서 부서지는 밥알
입 안에 넣어도 목구멍으로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창밖을 본다
빗물이 흐른다
창틀을 타고 미끄러지는 물방울처럼
내 마음도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다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남은 반찬은 그대로,
국물 위엔 기름이 떠다닌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한 끼
비는 멈출 생각이 없고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다
그냥,
그냥 이렇게 조금 더 앉아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