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의대생 살인마

마지막 한 번, 그가 부른 옥상은
비가 내리던 날, 쓸쓸한 미소로 채워졌다.
그녀의 눈빛, 아직도 그를 믿고
가슴이 여전히 그에게 기대어 있었다.
"단 한 번만, 마지막으로…"
그의 말은 달콤했지만, 손목엔 차가운 칼날이 숨어 있었다.
그는 몰래 준비한 도구를 꺼내
그녀를 가로막고, 마음을 짓밟았다.
한 번의 만남, 그 끝에서
그녀는 두려움 속에 떨며,
그의 손길에 모든 것을 내줬다.
그의 의대생 가운 속,
늘 차가운 이성만으로 무장된 그가
이제는 한 사람의 생명마저 쉽게 짓밟았다.
진실은 잔혹했고, 그가 쥔 칼은
구석에서 떠나지 않는 악몽이 되었다.
그녀는 이제, 하늘로 떠났다.
그가 그토록 바랐던 '마지막'은
살인을 위한 연극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것,
그녀의 기억 속에서 흔적은 사라졌다.
의대생, 그의 배움은 이제 무엇이었을까?
살인마의 칼날 속에 묻힌
고통과 후회는 남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빛나는 칼날만
그의 손에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