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쳘) 바람불던 날

바람불던 날,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채워지고
길을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들,
그 속에 숨어 있던 추억이 떠오른다.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
자취 없이 사라져간 말들이
어디로 갔을까,
그리움만 남긴 채.
발끝에 스치는 바람이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면,
한참을 멈춰 서서
고요히 눈을 감아본다.
바람불던 날,
그대의 향기가 날아와
잠시 머무르고는 다시 떠나간다.
아무리 불어도,
그대는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