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금방 더워지겠네

창문을 스치는 바람이
어제보다 조금 덜 차갑다
거리엔 코트 자락이 가벼워지고
어느새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있다
햇살이 바닥을 오래 붙잡고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는 걸 보니
금방 더워지겠네
아직은 바람 끝이 시린데도
누군가는 벌써 반팔을 꺼내 들고
또 누군가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리고 나는
그 더운 날들을 떠올린다
그늘을 찾으며 걷던 길
아이스커피를 단숨에 들이켜던 오후
기다란 해가 지길 바라던 저녁
이제 곧 그런 날이 오겠지
금방 더워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