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벌써 10시네

벌써 열시네
창밖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거리도 조용해지는 걸 보니
벌써 열시네
테이블 위엔 식지 않은 커피
입은 대지도 못한 채 남아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머물 수 있을까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빛으로
우리는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시계 바늘은
멈추지 않았고
현관 앞 그림자는 길어졌다
"잘 가."
짧은 인사가 허공에 떠돌다
창문을 닫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밤처럼
방 안엔 적막만 남아 있었다
벌써 열시네,
그리고 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