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포인트 출금

한 푼의 가치도 느껴지지 않던
비어 있던 계좌 속,
포인트는 누군가의 숨결처럼 쌓여갔다.
매일 하루하루 쌓여 가던 숫자들,
결국 그게 어느새
나의 작은 희망이 되었다.
"출금 요청."
내 손끝에서 눌러진 그 순간,
모두가 내게로 돌아오는 듯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잠시 남았던 빈자리가 채워지고,
그 작은 변화가
내게 큰 위안을 준다.
이게 무엇이라도,
단지 점수일 뿐이라지만,
어느새 내가 무엇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쌓아왔는지 묻게 된다.
그러나 출금된 포인트 속에
작은 기쁨이 묻어 나오는 걸 느낀다.
그저 내게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다.
포인트 출금,
그 순간,
작은 기쁨을 움켜잡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