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친절한 무례

친절한 무례
웃으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괜찮아요?"
그러나 그 속에는
한 발짝 더 들어가려는 의도가 묻어 있다.
"그거 정말 좋아요?"
다정한 물음 뒤엔
내 취향을 시험하려는 속내가 숨어 있다.
내가 말할 때마다
그 눈빛은 조금씩 비추어진다,
하지만 그 눈빛은 결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품고,
조금 더 지배하려 하는 듯.
친절한 말투, 부드러운 손끝
그 모든 것이 무례함을 감추기 위해
잘 빚어진 가면처럼
나를 향해 다가온다.
"힘들지 않아요?"
어떤 대답이든
그건 이미 예견된 질문이다.
그녀의 걱정은
내게 일어난 일보다
내가 그 걱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조금 더 원하고 있을 뿐이다.
친절한 무례,
그 미소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칼날이 있다.
그 칼날은
결코 나를 해칠 수 없지만,
내 마음을 상처 입히는 법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