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하는 동봉철에게 (from 계림숙)

사랑하는 동봉철에게
동봉철, 너는 지금 어디서 이 편지를 읽고 있을까.
내가 손으로 쓴 이 편지를 길림성의 브로커에게 전달한다.
이 브로커 아저씨가 너에게 미화 7천 달러를 그 댓가로 받았다고 들었어.
이 아저씨가 토노뷰? 라는 인터넷 공작소에 내 손편지를 타자기로 대신 쳐주는 댓가라고 들었어.
아니, 어쩌면 이 편지는 너에게 닿지도 못한 채, 바람에 흩어질지도 모르겠지.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붓을 들어 너를 부른다.
그날, 두만강에서 네가 고개를 돌리고 떠나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너는 남다른 길을 가고 있었고,
나는 그 길의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몰랐기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믿어줘.
너를 떠나보낸 뒤에도 내 마음속에서
그 어떤 다른 남정네에게 단 한 번도 사랑을 준 적이 없어.
나는 잊으려 했고,
시간은 그렇게 흐르며 나를 다른 길로 데려갔어.
이제는 결혼을 했고, 일곱 살 난 아들도 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여전히 너의 행복을 빌고 있어.
지난번 네가 중국 출장을 온다고 했을 때,
나는 너무 놀랍고, 또 설레였어.
하지만 결국 만남을 거절했어.
그건 내 마음에서 널 지웠기 때문이 아니야.
널 멀리하면서도 혼자 있는 나를, 제발 믿어줘.
동봉철, 너에 대한 소문을 들었어.
네가 변절했다는 말도,
한때 수령님을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네가
이제는 남쪽에서 미제 물건들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소문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찌나 안타깝던지.
나는 차마 너를 욕할 수도, 너를 원망할 수도 없었어.
그저 먼 곳에서 네 소식을 들으며 가슴만 조였지.
네가 두만강을 건너던 날,
내가 너에게 건넸던 빨간 마후라,
아직 가지고 있지?
그날 내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지만,
나는 애써 긴 머리로 그것을 감추었어.
너에게 보이지 않으려 했던 그 눈물이,
지금도 내 안에서 마르지 않고 흐르고 있어.
동봉철,
그럼 이제 정말 행복하게 지내렴.
우리는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거야.
이 편지도, 내 마음도,
이제는 영원히 너에게 닿지 않을 거야.
그럼, 안녕.
(동봉철 너에게 내 국가보위부에서 일하는 사진을 마지막 추억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