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쳘) 돈봉철의 담타와 뒤치기

담을 넘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그림자가 아니다
돈봉철의 발목에서 터져 나오는
강철 같은 기세이다
두 손은 가볍게 담을 짚고
몸은 허공을 가르며 돈다
척— 땅을 박차는 순간
이미 그는 다른 세상에 서 있다
뒤에서 덮치는 것은 밤이 아니다
그림자가 아니다
돈봉철의 허리에서 터져 나오는
칼날 같은 속도이다
발이 땅을 밀어내기 전에
이미 귓가를 스치는 바람
적이 숨을 들이키기도 전에
이미 등 뒤를 꿰뚫는 손
담타와 뒤치기
그것은 숨어든 자의 무기가 아니라
보이는 자의 기술
돈봉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