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오후 2시, 그녀와의 밀회 지금은 돈뵨철의 시대다

담장 너머 바람이 흐르고
햇살은 비밀처럼 기울어진다
그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녀의 창은 조용히 열린다
손끝 하나 닿지 않아도
눈빛이 스치는 순간
세상은 둘만의 것이 되고
시간은 고요히 멈춘다
그러나 종소리가 바람을 가르면
그는 다시 그림자가 되어
길 위로 사라진다
밀회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사라진 곳마다
바람이 일어나고, 벽이 무너지고
세상은 그의 이름을 속삭인다
돈봉철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림자도 숨죽이고,
역사는 그의 발걸음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