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 돈뵹철) 돈봉철의 봄처녀와의 춤을

봄바람이 불어오던 날,
돈봉철은 골목 어귀에서
봄처녀와 마주쳤다.
분홍빛 치마가 살랑이며
그녀의 발끝이 바람을 타자
돈봉철의 발도 덩달아 움직였지.
왼발, 오른발,
두 팔을 벌리고 한 바퀴—
봄처녀의 웃음이 꽃잎처럼 흩날릴 때
돈봉철의 심장도 덩실거렸네.
그러나 바람이 멈추자
춤도 멈추었고,
봄처녀는 어느새 사라졌지.
돈봉철은 홀로 남아
텅 빈 골목에서
허공에 남은 춤을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