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
내내 글썽이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린다.
저녁이 저문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젖은 발걸음이 떨린다.
어두운 거리,
차가운 빗방울이
소리 없이 떨어진다.
지나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한 번 스친 손길,
한 번 머문 시선,
그 모든 것들이 바람이 되어
이 밤을 흔든다.
눈을 감아도 들려오는
낡은 이름들,
멀어지는 목소리들.
바람이 분다.
이 비가 그치면,
모든 슬픔도 씻겨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