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뵹철) 내가 사람 하나 인생 망친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길모퉁이에서 마주친 얼굴.
그 눈빛이 나를 보고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예전엔 웃던 사람이었다.
나를 보면,
그늘 한 점 없이 웃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빈자리만 남았다.
목소리도, 손길도,
무너진 성벽처럼 흩어지고.
그 사람 인생에 내가 있었고,
이제 그 사람 인생에 나는 없다.
그러나 나는 남았고,
그 사람은 사라졌다.
어쩌면,
내가 사람 하나 인생 망친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거울 속 내 얼굴도 낯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