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뵹철) 알고 보면 동일한 외모의 사람들

길을 걷다 보면
어딘가 낯익은 얼굴들이 스쳐 간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디서 본 것만 같은 눈매,
익숙한 입술의 모양.
카페 창가에 앉아 있는 남자,
지하철에서 꾸벅이는 여자,
멀리서 걸어오는 아이까지—
알고 보면 다 같은 얼굴들.
눈동자는 다르게 빛나지만
미소 짓는 각도는 비슷하고,
어깨를 움츠리는 버릇도 같고,
외로운 날이면
똑같이 창밖을 바라본다.
우리는 닮아 있다.
조금씩 다른 삶을 살지만,
비슷한 한숨을 쉬고
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잃는다.
그래서일까.
가끔 거울을 볼 때면
그 속에서
너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다